IRC와 폰지 사기

  지난주, 모처럼 광주우체국 창구에 가는길에, 요즈음 구입이 쉽지않다는 IRC를 구매해 볼 요량으로 창구직원에게 50매를 사겠다고 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직원이 어디론가 다녀와 달랑 10매를 들고 나타나 하는 말이, “위에서 내려온 것이 10장 밖에 없습니다” 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큰 우체국에 10장 밖에 없다니 말이 됩니까?”하고 따지듯이 묻고는, 주문을 해 놓고 나중에 오겠다고 하니 또 “상부”를 들먹거리며 장담을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왜 갑자기 IRC 구매가 이렇게 어렵게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며, IRC 구매관련 규정이라도 찾아볼까해서 인터넷을 서핑하다 IRC와 관련된 황당한(?) 사실을 알게되어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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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혹시 저 지난 해 미국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니 메이도프(Bernie Madoff)라는 유태계 미국인의 ‘폰지 사기(Ponzi Scheme)’ 행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적이 있습니까? 버니 메이도프는 나스닥(NASDAQ)의 회장까지 역임한 월스트리트의 거물이라는데, 이 양반이 꾸민 사기의 규모는 거의 65 Billion 달러,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약 74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한 개인이 사기 칠 수 있는 금액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말 당분간은 깨지기가 힘든 최고 기록이라는군요.

  이 양반의 사기수법은, 터무니 없는 높은 수익을 내 준다는 광고를 내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후, 초기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익을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원금으로 충당하고, 또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익은 그 다음 투자자들의 원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런 수법이 통했으나 경기가 나빠져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재정이 바닥나고 사기행각이 드러난 것입니다. 결국 메이도프는 지난해 6월 법원으로부터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연방교정시설(감옥)에 수감 중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사기 행각에 왜 ‘폰지 사기(Ponzi Scheme)’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그것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유명한 사기꾼 찰스 폰지(Charles Ponzi)의 이름을 땃기 때문입니다. 찰스 폰지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 1세대였는데, 그의 원래 투자 계획은 국제반신권(International Reply Coupon, IRC)에 대한 차액 거래였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국제반신권은 세계 어디서나 우표 대신 쓸 수 있는 세계 공통 우표와 같은 것입니다. 다른 나라로 편지를 보내면서 수취인에게 우편 요금을 부담시키지 않고 반송을 받는 것은 1906년에 국제반신권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영국 우정국이 제안하고 만국우편연합(UPU)에서 채택 제정된 국제반신권은, 그러나 나라마다 판매 금액이 조금씩 차이가 났습니다. 똑같은 우편 요금인데 나라마다 차이가 나니까 제일 저렴하게 파는 나라에서 반신권을 사서 제일 비싸게 반신권이 팔리는 나라에서 팔면 차액만큼 앉아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찰스 폰지 의 원래 계산이었죠.

  하지만, 계획대로 순조롭게 투자 이익을 얻지 못하고, 결국 사기로 변질되었습니다. 계획에 따르자면 차액 거래에서 나온 이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었어야 했는데, 이익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으니,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금에 쓴 것입니다. 그러면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높은 수익금을 돌려준다고 거짓으로 말하고 투자를 유인한 것입니다.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는 앞서 투자한 사람들이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을 보고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계속 덤벼듭니다. 결국 어떤 사소한 발단으로 누군가 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파멸 로 치닫게 됩니다. 원금을 모두 초기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나눠줬으니 돌려줄 원금이란게 없는 터라 언젠가는 들통 날 수밖에 없는 사기 행각인 것입니다.

  찰스 폰지 이전에도 자본주의가 태동 발전하면서 유사한 사기가 늘 있어 왔습니다만, 이 사람이 원체 많은 돈을 사기 쳤기 때문에 전 미국에 악명을 떨치게 되었고, 결국 본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었다는군요.

  젠장! 하필이면 DXer들의 필수품(?)인 IRC를 가지고 사기를 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