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과학잡지 'Scientific American'에는 희귀질환(?) 하나가 소개되었다. 즉슨,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기절해 발작을 일으키는 질병; musicogenic epilepsy (음악이 만들어내는 간질)’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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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어느 날 밤, 미국 뉴욕에 사는 22살의 스테이시 게일은 갑작스런 발작으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여러 종류의 뇌 촬영을 하고 혈액 검사를 했지만 그녀가 왜 발작을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스테이시는 친구 집에서 열린 바베큐 파티에서 또 한 차례의 발작으로 쓰러졌다. 이후 발작은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곤 했다.

그렇게 1년쯤 흐른 어느 날, 스테이시는 발작이 발생하는 패턴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시 거리는 빌보드 차트 1위였던 션 폴의 노래 ‘Temperature’가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 노래는 그녀가 찾아갔던 파티나 바베큐 파티에서 거의 항상 들었던 곡이었다. 그녀는 그 노래가 들릴 때마다 자신이 발작을 일으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우째 이런일이.. 노래가 발작을 일으킨다니!

처음에는 특정한 그 노래에만 반응하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르의 음악으로 확산되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거의 듣지 않았던 째즈와 클래식을 빼고는 모든 음악에 대해 발작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녀의 생활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쇼핑몰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즐길 수도 없었다. 강의실에서 들리는 휴대전화의 벨 소리 때문에 다니던 학교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음악공포증(musicphobia)’으로 명명된 이 질환은 1937년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이란 양반이 처음 소개한 이래 지금까지 150건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일종의 간질발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어떻게 음악이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현재 과학자들은 확신 있는 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질환의 환자들은 처음에는 특정 노래나 가수, 선율에 반응을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클래식으로부터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교회 종소리에 이르기 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반응한다. 뇌가 음악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특정 뇌세포가 극도로 흥분하게 되고 그 결과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음악의 리듬이 뇌에 어떤 종류의 리듬 패턴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증폭되어 발작이 일어난다고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 ‘아세시 메타’라는 신경외과 의사는, 이 음악공포증을 다리 위를 지나가는 군대의 행진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다수의 군인들이 다리 위를 박자를 맞춰 행진하면 다리가 박자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 움직임이 어느 범위를 넘어서면(threshold라고 하던가..) 다리가 크게 휘청거리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공포증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간질은 약물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된다. 하지만 스테이시 게일의 경우는 어떤 약물도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주치의는 그녀에게 뇌수술을 권했다.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 활동하는 뇌 부위를 모두 제거해야 하는 수술이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억이 상실될 수도 있고 어떤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수술 전에 그녀 뇌의 어느 부위가 음악에 반응하여 과도하게 활동하는지를 확인했다. 어떤 소리인지를 알아내는데 관여하는 오른쪽 귀 바로 뒤에 있는 뇌 부위의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특정 경험에 대한 감정과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의 세포들 역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 되었다.

스테이시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도 수술로 인한 심각한 휴유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그녀는 음악의 세상으로 복귀했다. 교회 성가대 대원으로 다시 활동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션 폴의 음악도 맘껏 듣게 되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발작을 경험하기 전에는 이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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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OM들은 알아 챘을 것이다. 이 기사를 왜 여기에 올렸는지를..

오래된 내 경험에 비추어 우리 아마추어무선사들도 이 질환에 감염(?) 될 수있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특히 CW 교신의 경우, 다양한 잡음환경에서 교신에 집중하다 보면 더러는 머리가 아프거나 현기증이 날때도 있고, 기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큼 CW 교신을 해 본 사람이라면 교신이 끝난 후에도 CW음의 환청이 들리거나, CW음과는 관계가 없는 거리의 소음들이 CW음으로 들리는 것을 경험 한 바 있을 것이다,

모든 질병은 인체의 process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진행이 될 때 온다고 하지 않는가.. 즐기는 것도 적당한 범위에서.. 그러나 어쩌랴, 너무 재미가 있는데.. 그 누가 막으리요,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