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지 아내와 아이들은 벌써 5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도 이제 거의 2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어렵게 노력해서 이 주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앞으로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살면서 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을 조금씩 알아가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처음으로 캐나다를 방문하면서 부터 여러경로를 통해서 인맥을 넓히고, 청원도 하고, 또 이렇게 fellow 신분으로 일하기까지 무려 20회가 넘는 인터뷰, 매번 인터뷰 후에 다시 시작되는 기약없는 기다림 등 넘어야 할 산이 이렇게 많은 줄을 몰랐습니다.
가끔은 고향이 전라도인 제가 처음으로 경상도 지역을 가서 의사로 근무할때가 생각이 납니다. 같은 한국땅인데도 경상도 환자들의 억센 억양으로 인해, 듣고서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환자가 나간후에 이해하거나, 또 옆에있는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겨우 알게 되어서, 진료하는데 대략 6개월 정도 너무나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경험을 지금 제가 또다시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영어로 말을 해본지 겨우 2년만에 병원 응급실이라는 현장에서 일하는게 되었습니다. 속사포처럼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오는 영어가 제 귀에 들려오는데, 꼭 컨테스트때 무전기에서 나오는 소음을 듣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랍니다. 이 중에서 내가 원하는 소리 하나를 집중해서 잡아내고 또 그 소리를 즉시 이해해 내야 하는데...앞으로 얼마나 걸려야 할지 답답하답니다.
한국에서 가끔 영어과외를 광고하는 전단지에서 이런 문구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영어과외함, 미국 거주 2년, 회화능력 완벽 등등....
그때는 "그래....미국에서 2년간 살면 영어가 완벽하게 들리고, 말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2년 유학가서 공부했다면 그정도 실력은 되겠지" 이렇게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제 경우는 고등학교시절 배운 독일어는 아주 잘한다는 수준으로 했지요. 물론 대학교때 부터는 전혀 사용해본적이 없어서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고, 대학입학때 잠깐 배운 에스페란토라는 국제어는 30년 가까이 끈질기게도 지금까지 사용하고 말할 수 있답니다. 일본어도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그럭저럭.. 그래서 언어적인 문제는 어떻게든 빨리 해결이 되겠지 생각도 해봤고, 또 이곳에 와서 남들보다 이곳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보았답니다.
결론은 여기서 지내는 2년은 역시 이곳에서 태어난 2살짜리 아이의 말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 단어와 문장, 문법실력등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만, 사회시스템을 모르고, 사람과 만나는 방법도 모르고, 역사적 사건과 그 뒷 배경, 각종 예의범절을 모르고서는 함부로 말이 나올수도 없고, 입에서 나왔다고 해서 그게 말이 되는 것도 아닌것이지요.
가끔은 이런말도 실감이 난답니다. 이민을 결정하고 해당 국가에 발을 딛는 순간 부터 자기가 가진 IQ 점수에서 50을 빼라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게 우스개 소리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지능지수가 보통이상인 130점 이라면 이민 또는 유학 첫해에는 곧 70 ~ 80 점이 되는 거랍니다. 이 지능지수의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냥 자기가 생각나는데로 지껄이고, 누구도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제대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귀기울여 들어주지도 않고, 시키는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거지요. 그런 후에 매년 10 점씩 더해가랍니다. 그래서 최소한 100점 정도는 되어야 7-8살 정도의 아이들이 하는 일을 해 나가는 거지요. 시키는 일도 조금씩 해가고, 맘에 안들 때는 반항도 해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부탁도 할수 있는.... 나이는 이미 많은데, 학교교육도 전부 마쳤고, 어느날 갑자기 반 벙어리가 된 심정이 어떨지 느낌이 오시는지...
저한테 가끔 여러 경로를 통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음에 또 이런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그나.
취직 축하 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