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있는 곳에서 한국에 도착하려면 보통은 24시간이 걸립니다.
비행기 탑승대기 시간, 비행시간, 연결편 대기시간 등을 모두 감안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는 무려 36시간 정도가 걸리더군요.
그래도 최근의 국제선 비행기는 이코노미석에도 전부 개인 모니터가 시설이 되어 있어서,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거기다 USB 충전포트, 110V 개별 콘센트가 있어서
휴대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도착한 날부터 고향에 갔다가, 이제 전에 근무하다 휴직했던(? - 너무 긴 휴직) 병원에서
근무하기 위해 부산에 와 있습니다.
이곳 날씨는 완전히 한여름 날씨처럼 느껴져서, 충분히 감안해서 가볍게 가져온다고 생각했던,
옷들 조차도 더워서 입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두고온 캐나다의 집은 폭설로 연일 학교 및 관공서 휴무 조치가 내려졌다고 하면서,
제 맘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선불휴대전화를 신청하려고 캐나다에서 부터 들고온 휴대전화는 배터리 수명이 다 되었는지,
충전한지 4-5시간을 못버텨서 신청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예 전화 없이 살아 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여기 도착해서도 주변 집에서 흘러나오는 무선 공유기 신호를 이용해서 간신히 캐나다와
인터넷 교신(? _-_)을 하게 해주던 노트북 컴까지도 갑자기 먹통이 되어,
HL4CGB OM 의 도움으로 어댑터의 고장임을 확인하고는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살렸습니다.

자동차도 없어서 근처를 체력훈련을 위해 걷기로 했습니다.
할인매장에서 간단히 운동화 하나를 장만해서 산보를 나가보았더니, 걷는 체력은 캐나다에서
많이 늘었는지 문제가 없는데, 콧구멍이 숨쉬기 힘들게 매연과 먼지가 들어 옵니다.

매일같이 두나라를 비교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새삼 한국인의 얼굴이 무섭다고 느껴졌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무표정하고 또 무서운 표정의 얼굴들...
언젠가 한국에 온 외국인이 그렇게 느낀다고 하는 글을 읽었었는데,
2년 만에 돌아온 제가 스스로 그렇게 느꼈습니다.
거리 이곳 저곳, 할인매장에서...
특히나 중장년층의 얼굴은 하나같이 뭔가 불만이 가득차고, 심술굿은 무뚝뚝함 그대로 입니다.
물론 젊은이들의 얼굴이라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캐나다 시골에서 살던 저로서는, 거리에서 마주치거나, 운전하면서 스치는 사람들에게 까지
웃으면서 인사하는 습관이 베어 있는 모양입니다.
가끔은 아는 사람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머리숙여 인사를 하는 저를 느끼면서,
저들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소리높여 휴대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전화를 할까 싶을 정도로 짜증난다는 표현과 욕설이 다반사이고,
주변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병원입니다.
병원 복도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며 소리높여 대화하는 사람들,
무리를 지어 병문안을 다니면서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고함지르면서 뛰어다니고 우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는 어른들...
술 마시고 병원에 와서 행패부리는 사람...

지금 저는 부산에 있습니다.
잠깐동안 아마추어무선은 또 접어둬야하겠지만, 여기 있는 동안 또 뭔가를 배워서
집에 돌아가면 새로 시도해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