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6월 27 - 28일)에는 ARRL Field Day가 열린다. 미국 HAM들이 손 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우리의 Field Day하면 떠오르는 일련의 모습들이 있다. 정해진 식순에 따라 '대회사' '환영
사' '축사'... 등등의 1부 순서가 끝나면 이어서 진행되는 2부 행사에는 악단과 노래방 기계가
토해 내는 굉음과 함께 소위 '아마추어 노래자랑', 그리고 '행운권 추첨', '댄스파티', '술좌석'
이 밤새 이어지고 다음날 아침에는 인사도 변변히 나누지 못하고 뿔뿔히 헤어진다. 1박 2
일의 Field Day 동안 아마추어무선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이런 저런 수 많은 Field Day에 참가를 해 보았지만  언제까지 우리의 Field Day는 항상
이런식 이어야 하는가? 이제 더 이상 바꿀수는 없는가?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었다. 외람되게도 본인이 광주지부장을 하는동안에 치루어졌던 두 차례의 '광주지부
Field Day'도 예외는 아니었다. 뭔가 좀 '아마추어' 다운 Field Day가 되도록 해 보고자
'QSL 카드 전시회' 'OM과의 토론 광장' '안테나 자작 대회' 'Packet 통신 시범운용' 등을 프
로그램에 끼워 넣어 시도하였으나 우리의 Field Day 문화가 그런 시도를 제대로 수용해 주
지 않았다.

필자는 1989년부터 1992년 까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몇차례 ARRL Field Day를 경험 해
볼 수있는 기회가 있었다. ARRL의 Field Day는 보통 매년 6월의 맨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데 미국의
아마추어무선연맹 (ARRL)이 주최한다. 미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지역의 아마추어무선클럽
(ARC) 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클럽대항 컨테스트 이다.

미국의 아마추어무선클럽들은 우리의 지부형태와 비슷하나 그 규모와 지역적인 배경은 매우
다르다. 우리의 경우 처럼 행정구역 단위의 인위적인 형성이 아니고, 작은 마을을 지역적인 배경으
로하는 자생적인 소규모 클럽이다. 예를 들면 Central missouri ARC, West hudson valley
ARC, 등등으로 회원 수는 보통 수 십명, 많아도 백명은 넘지 않는다.

클럽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클럽 회원들의 모금으로 충당한다. 물론 클럽 사무실이
나 사무원은 존재 하지 않는다. 월례 모임은 클럽회장이 주선하는 장소 또는 공원의 shelter
(지붕이 있는 벤치 같은 것)에서 갖는다. 클럽마다 VHF나 UHF 리피터를 마을의 높은 곳에
설치해 두고 있으며, 몇 개의 인접 클럽들이 공동으로 HAM Festival을 여는 것도 연
례 행사중의 하나이다.

ARRL Field Day는 이런 소규모의 클럽들이 동시에 자기 마을 근처의 야외로 나가서 HAM 활동을 하는 것이
다. 다양한 종류의 안테나를 설치 해 보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국 내외 HAM들과의 교신,
아마추어무선 홍보 메시지 전달, on the air를 통한 ARRL로 부터의 Field Day 메시지 수신
등등... 이 모든 HAM 활동들이 점수가 되고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클럽에게 상이 주어
진다.

Field Day에서의 모든 행사는 교신과 교육 중심으로 치루어지며 밤새도록 끝없이 HAM
Radio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때때로 바베큐를 하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으나 먹는 것이
라고는 각자가 준비해 온 햄버거나 콜라가 전부였다.

미국의 HAM들에게 있어서 Field Day는 전국규모의 축제임과 동시에 산 교육의 현장이 되
고있었다. 다른 것은 모르지만, 미국의 HAM 활동이 여지껏 탄탄하게 이어져 오는 것은 아
마도 '아마추어 다운' local 햄 클럽과 'ARRL Field Day'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