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변한 니코바르 제도"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고 차량과 사람들이 갈라진 땅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11m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순식간에 들이닥쳐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 진앙지인 수마트라 섬에서 24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이번 지진해일의 최대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니코바르 군도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참상'이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인구 4만5천여명의 니코바르 군도가 거대한 `수중무덤'으로 변했다면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상세히 전했다.

니코바르 군도는 약 572개의 산호섬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사람이 살고있는 곳은 38개 섬에 불과하다.
일부 섬에는 원시 부족들이 신석기 시대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며 현대 문명과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대재앙이 발생한 지 하루만에 현장에 도착한 인도군 헬기를 통해 칼 니코바르섬(니코바르 군도의 한 섬)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들은 "세상의 종말을 보았다"고 말했다.

아들, 딸을 안고 야자나무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목숨을 구한 바르티는 남편과또다른 아들이 바닷물에 휩쓸려 가는 순간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전했다.

그녀가 대재앙과 마추친 것은 26일 새벽 6시30분께. 물을 기르러 나갔다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쩍쩍 갈라지는 순간을 목격한 그녀는 미친 듯이 집안으로 달려와 남편과 아이들을 깨워 달아나기 시작했다.

갈라진 땅 속으로 차량과 손수레, 사람들이 빨려 들어갔고 순식간에 다시 갈라진 땅 속에서 물이 솟구쳤다.
이어 거대한 `바닷물의 벽'이 들이닥쳤다. "아무도 도망을 갈 수 없었다.

땅이 갈라지고 거대한 벽과 같은 바닷물이 밀려들어 모든 것을 파괴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쓸려 나갔다.

" 끔찍했던 순간의 공포로 눈물을 흘리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젊은 여인 바르티는 "니코바르는 모든 것이 끝장이 났다"고 말했다.

인도 당국은 니코바르 군도에서 약 4천명의 사망자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발표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인구 2만명의 칼 니코바르 섬에서만 1만여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칼 니코바르 섬에는 인도 공군 기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기지에 배치된 군인들조차도 1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히 일부 군인과 가족들만이 막사건물보다 고지대에 있었던 헬기를 타고 대피할 수 있었다.

헬기와 야자수를 부여잡는 것 이외에 이 섬에서 유일한 생존공간은 40m 높이의레이더 타워였다.
해일이 들이닥친 순간 수백명의 주민들이 접시 모양의 대형 안테나가 달린 레이더 타워로 기어올라갔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레이더 타워가 한 쪽으로 기울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바닷물에 휩쓸려갔다.
전기공 쿠마르(30)는 "수백명이 레이더 타워로 올라갔지만 겨우 100명 정도가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헬기에 올라 내려다 본 칼 니코바르 섬은 아예 물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쿠마르는 "오로지 바다 만이 보일 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가슴까지 솟아 오른 물길을 뚫고 공군기지 헬기 계류장으로 가서 목숨을 구한바부 라오(50)는 "한시간 동안 물살과 사투를 벌인 끝에 500m 떨어진 헬기 계류장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거대한 굉음이 들리는 가운데 지축이 흔들렸다고 지진발생 순간을 회상했다.

어른들이 집안에서 축구공처럼 이리저리 굴려졌다는 것. 이어 잠시 정적이찾아왔다. 집 밖으로 뛰어나온 라오가 목격한 것은 사람 키의 여섯 배에 달하는 거대한 바닷물이었다. 인도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은 물이 빠져나간 칼 니코바르 섬의 경우 가옥의 80%가 완전히 파괴됐고 섬 곳곳에 시체들이 널려 있다고 전했다.

북쪽의 안다만 군도는지대가 높아 피해가 경미했지만 지대가 낮은 니코바르 군도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없었다. (런던/연합뉴스)